MIOS
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
 
 
작성일 : 12-07-27 15:54
[보도] (경기도 이 사람) 수원의 새 명물 ‘오케스트라 오페라’ 창안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1. 4. 6일자

[수도권I] [경기도 이 사람] 수원의 새 명물 ‘오케스트라 오페라’ 창안

2008년 11월부터 수원시 권선구에 수원음악진흥원을 열어 일자리를 찾지 못한 클래식 연주자들의 활동을 돕고 있는 최혜영 원장. 진흥원은 작년말 사회적기업인증도 받았다. /양희동 기자

클래식 연주로 사회적 기업 창업…
최혜영 수원음악진흥원장
성악 파트를 악기로 연주, 기악 전공자에 활력 제공
연중 쉼없는 연주가 목표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직업인으로서 계속 음악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지난 4일 오전 11시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한 상가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사)수원음악진흥원에서 만난 최혜영(50) 원장은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 원장은 매년 대학에서 수천명씩 배출되는 전문 음악인들이 꿈을 잃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터전 마련을 고민하다가 2008년 11월 고향인 수원에서 진흥원을 열게 됐다. 오케스트라실과 합주실, 앙상블실, 개인연습실 등을 갖춘 258㎡ 규모의 진흥원을 2년여 동안 꾸려온 최 원장은 수억원의 운영비를 직접 부담하며 60여명의 단원이 1년에 20~30차례 정기공연을 할 만큼 성장시켰다. 작년 12월 진흥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으면서 소속 연주자들의 활동도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영업활동도 하는 기업을 말한다.

2년 5개월 동안 이끌어온 수원음악진흥원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최 원장은 2000년대 초 체코의 부르노 시립음악대학에서 2년간 유학했다. 체코는 과거 공산주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지만 음악도들은 모든 학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훌륭한 스승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음악을 배우는 체코 학생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최 원장은 한국에서 어려운 음악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최 원장은 "음악 전공자 가운데 프로 무대에 서지 못하는 대다수의 연주자들은 각종 아르바이트나 택배 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며 "진흥원을 통해 60여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설 수 있고 직업인으로서 음악을 할 수 있게 돕는 일이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작년 말 사회적 기업 선정으로 연주자들이 1인당 법정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시·군별로 인원이 정해져 있는 사회적 기업 참여자 수 때문에 수십명이 함께 활동하는 진흥원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모두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최 원장은 "사회적 기업으로 지원되는 3년 동안 열심히 음악 콘텐츠를 발굴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며 "단지 일반 기업처럼 1명이 하루 8시간씩 일해야 하는 규정은 오케스트라 특성에 맞게 2명이 하루 4시간씩 나눠 일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케스트라가 만드는 수원만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

수원음악진흥원은 작년에 수원 화성(華城)에서 '성곽음악회'를 개최했다. 수원 화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단순히 문화재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도 함께 접하면 수원의 새로운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여겨 최 원장이 수원시에 제안한 것이다.

최 원장은 현재 오케스트라를 오페라처럼 연주하는 새로운 방식의 음악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에서 성악가들이 맡고 있는 각 파트를 악기가 대신해 공연하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오직 수원에서만 볼 수 있는 수익성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 원장은 "뉴욕에 가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꼭 봐야 하는 것처럼 수원에서는 우리의 오케스트라 오페라를 특화 상품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이번 시도가 성공하면 진흥원 연주자들이 1년 내내 매일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국내 어떤 프로 연주자들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